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 열다섯 살 동호는 왜 그 밤 도청에 남았나

저자
한강
출판사
창비

작가 소개

1980년 1월 가족과 광주를 떠나고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한강은 아홉 살이었습니다. 몇 해 뒤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어른들 몰래 펼친 그는 훼손된 얼굴들과 헌혈하려 줄 선 사람들을 한 책에서 보았습니다. 2012년 12월 망월동 묘지를 찾은 뒤 9백여 명의 증언을 읽어 가던 그는 들불야학 교사 박용준의 마지막 밤 일기 앞에서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로 뒤집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소년이 온다』를 두고 작가는 소년이 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등장인물

1980년 5월, 도청 앞 상무관 (시신을 수습하고 장부를 적던 사람들)

동호
중학교 3학년 열다섯 살. 친구를 찾으러 왔다가 상무관 일을 돕습니다
정대
동호네 문간채 셋방에 세 들어 사는 동갑내기 친구
정미
정대의 누나. 중학교를 마치기 전 공장에 들어가 동생을 뒷바라지합니다
은숙
수피아여고 3학년. 상무관에서 동호와 한 조로 일합니다
선주
충장로 양장점의 미싱사(재봉사). 상무관에서 함께 시신을 돌봅니다
진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교령으로 내려온 대학생. 상무관 일을 맡습니다

그 뒤를 사는 사람들 (장마다 화자가 바뀝니다)

어머니
동호의 어머니. 시장에서 가게를 하며 아들 셋을 키웠습니다
작은형
동호의 둘째 형
성희 언니
선주가 방직공장 시절 만난 노동운동 선배
윤
시민군의 마음의 상처를 연구하는 연구자

소설은 장마다 말하는 사람과 인칭이 바뀝니다. 1장은 동호를 너라고 부르는 2인칭으로 시작합니다. 4장의 화자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 스물세 살 교대 복학생입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작가를 닮은 나가 등장합니다.

책 속으로

  1. 1장 1장: 비가 올 것 같아 — 1980년 5월 도청 앞 상무관. 하늘색 체육복에 교련복을 걸친 열다섯 살 동호가 관 여든세 개의 이름과 번호를 장부에 적고, 다 쓴 음료수 병에 양초를 꽂아 시신들 머리맡을 밝힌다. 은숙·선주·진수 형. '너'라고 부르는 2인칭 첫 문장, 태극기로 관을 감싸고 애국가를 부르는 일에 대한 동호의 의문 (p.17).
  2. 2장 2장: 놓쳐 버린 손 — 동호가 상무관에 온 진짜 이유. 셋방 친구 정대, 공장에 다니며 동생을 뒷바라지하다 사라진 누나 정미. 12·12로 권력을 쥔 신군부의 계엄 확대와 공수부대 투입, 5월 21일 오후 1시 애국가와 함께 시작된 도청 앞 집단발포. 옆구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정대를 두고 달린 동호 (p.31). 데리러 온 어머니와 '여섯 시' 약속 (p.42~43), 1장의 마지막 문장.
  3. 3장 3장: 몸들의 탑 — 소설은 죽은 정대의 혼으로 넘어간다. 열십자로 포개진 몸들, 군용 트럭, 도시 밖 군부대 덤불숲, 석유와 불. 검은 숨이라는 장 제목의 출처 (p.62). 혼은 누가 죽었는지만 안다 — 누나가 먼저 죽었다.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p.57~58). 폭약 소리 속에서 정대는 동호가 죽은 순간을 느낀다. 한림원이 짚은 장치 — 죽은 이의 혼이 자기 소멸을 목격하게 하는 것.
  4. 4장 4장: 일곱 개의 뺨 — 1985년 서울, 출판사 편집자가 된 은숙. 수배된 번역자의 행방을 대라며 형사에게 맞은 뺨 일곱 대, 하루에 한 대씩 잊기로 한다. 먹줄과 잉크 롤러로 검게 지워진 희곡 가제본, 지워진 대사를 배우들이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하는 공연.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99). 한 일간지가 시인 김혜순의 실제 경험과 겹친다고 분석한 대목. 일곱 번째 뺨을 잊을 날은 오지 않는다.
  5. 5장 5장: 마지막 밤 — 5월 26일 밤, 여러 사람의 기억으로 흩어진 그 밤을 모은다. 총을 멘 진수의 '세 명만 남아주시겠습니까', 카빈 소총을 받은 선주, 새벽 한 시 도청을 떠나는 은숙.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나이를 속이고 남은 동호 — '동호야, 왜 집에 안 갔어?' (p.89). 진수의 당부 '적당한 때 너는 항복해라, 손들고 나가' (p.111),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 동틀 무렵 두 팔을 들고 줄 맞춰 걸어 나오던 다섯 학생 (p.132).
  6. 6장 6장: 쇠와 피 — 살아남은 스물세 살 교대 복학생의 증언. 상무대 유치장의 밥 한 줌, 모나미 볼펜(묘사 절제), '너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었는지 깨닫게 해주겠다' (p.119). 그 반대편에서 그를 압도한 것 —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p.114), 도청에 남은 어린 친구들이 죽음과 맞바꾼 양심의 보석 (p.116). 석방 뒤의 불면, 십 년 뒤 겨울 진수의 부고(방법 언급 없음),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p.134).
  7. 7장 7장: 밤의 눈동자 — 2002년의 선주. 열다섯 시간 일하던 방직공장, '우리는 고귀해'라던 성희 언니 (p.155), 노조 가입을 거절하며 의사가 되고 싶다던 열여섯 살 정미. 마지막 밤의 가두방송 '불을 켜주세요' (p.169), 보안부대(사실만, 묘사 없음)와 이어진 후유증. 가톨릭센터 벽에서 본 도청 안마당의 동호 사진 — '그 순간 네가 날 살렸어'. 1장의 질문에 대한 대답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p.173). 녹음기를 앞에 두고 끝내 누르지 못한 버튼, 그리고 '죽지 마. 죽지 말아요.'(p.177).
  8. 8장 8장: 꽃 핀 쪽으로 — 2010년, 삼십 년이 지난 어머니의 전라도 말. 그 마지막 밤 일곱 시 통금을 넘겨 사십 분을 걸어갔던 길, '지금 들어가면 못 나옵니다', 약속을 믿고 작은형의 팔을 끌고 돌아선 발 (p.184). 하늘색 체육복을 하복 샤쓰로 갈아입혀 베니어판 관에 눕힌 손, '나라에서 죽인 동생 원수를 무슨 수로 갚는다냐'. 끝내 찾지 못한 정대·정미 남매, 소복을 입은 어머니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단가'(p.189).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p.192).
  9. 9장 9장: 눈 덮인 램프 — 에필로그, 작가 '나'. 열 살에 어른들 대화로 처음 들은 이야기, 열두 살에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 (노벨 강연). 동호의 작은형이 내준 허락 '아무도 내 동생을 더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 (p.211). 소설 밖의 실제 소년 — 광주상고 1학년 문재학,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친구 안종필과 함께 숨졌고, 데리러 온 어머니에게 '창근이가 죽어갖고 드러누워 있어요… 어찌 놔두고 가겄어요'. 야학 교사 박용준의 마지막 일기가 뒤집은 작가의 질문. 눈 덮인 국립묘지, 소년들의 무덤 앞 초 세 개, 책의 마지막 문장.
  10. 10장 10장: 소년이 온다 — 제목의 비밀: '온다'는 현재형,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소년이 현재로 걸어온다. 세종도서 심사에서 책에 줄을 그어 가며 걸러진 책,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 '축하 대신 고맙다'던 한국 독자들. 2024년 노벨문학상과 그해 겨울 다시 선포된 계엄, 작가의 '장갑차 앞의 맨몸'. 광주가 보통명사가 된다는 말, 그리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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